—행성 키우기 — 같은 천체를 합쳐 운석에서 블랙홀까지 키우는 물리 퍼즐
위에서 천체를 떨어뜨려 같은 종류끼리 닿으면 한 단계 위로 합쳐집니다. 운석에서 시작해 행성, 항성을 거쳐 블랙홀까지 모두 11단계를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. 통 위쪽의 경고선 위에 천체가 머무는 시간이 쌓이면 게임이 끝납니다.
이런 합치기 퍼즐이 중독적인 이유는 지수적 성장 구조 때문입니다.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필요한 하위 천체의 수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. 2단계를 만들려면 1단계 두 개, 3단계는 1단계 네 개, 4단계는 여덟 개가 필요합니다.
단계가 11개이니 블랙홀 하나는 운석으로만 치면 2¹⁰, 즉 운석 1,024개분의 작업입니다. 낙하로 금성까지 바로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수백 번의 합체가 쌓여야 합니다. 이 구조가 "조금만 더 하면 다음 단계"라는 느낌을 계속 만들어 냅니다. 실제로는 매번 두 배씩 멀어지고 있는데도요.
여기에 물리 엔진이 더해지면서 이 게임만의 성격이 생깁니다. 합쳐진 순간 부피가 커지며 주변을 밀어내고, 그 충격으로 옆에 있던 같은 천체들이 닿아 연쇄 합체가 일어납니다. 잘 배치해 두면 한 번의 낙하로 서너 단계가 연달아 터지는데, 이 게임에서 가장 통쾌한 순간입니다. 0.65초 안에 이어진 합체는 연쇄로 쳐서 점수에 배율이 붙습니다 — 2연쇄 ×1.3, 3연쇄 ×1.5, 4연쇄 ×2, 5연쇄 이상 ×3. 단, 새로 떨어뜨린 천체가 끼어들면 연쇄가 끊기므로 한 번의 낙하가 만든 연쇄만 인정됩니다.
끝은 블랙홀 두 개가 만나는 순간입니다. 이때 판 위의 모든 천체가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 통이 비워지고, 빨려 들어간 천체들의 점수를 모두 더한 값의 1.5배가 보너스로 들어옵니다. 통이 꽉 찼을 때 터뜨릴수록 보너스가 큽니다.
단계는 운석 → 소행성 → 달 → 수성 → 금성 → 지구 → 화성 → 목성 → 토성 → 항성 → 블랙홀 순서입니다. 작은 돌덩이가 뭉쳐 커지고, 질량이 충분히 모이면 중심에서 핵융합이 시작되며 항성이 되고, 마지막에는 중력이 빛조차 붙잡는 블랙홀에 이릅니다(실제 블랙홀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일생을 마치고 붕괴할 때 생깁니다).
가운데 행성 여섯은 크기 순이 아니라 태양에서 가까운 순서를 따릅니다. 실제로는 화성(지름 약 6,800 km)이 지구(약 12,700 km)의 절반 남짓이고 금성보다도 작지만, 게임에서는 단계가 오를수록 커지도록 태양계 순서대로 키웠습니다.
실제 천체 형성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일어납니다. 작은 먼지 알갱이들이 중력으로 뭉치고, 그 덩어리가 다시 서로를 끌어당기며 커지는 과정을 천문학에서는 강착(accretion)이라고 부릅니다. 이 게임의 합치기가 그 과정을 아주 단순하게 흉내 낸 셈입니다.
이런 게임에서 패배는 대체로 한순간에 오지 않습니다. 여러 판을 해 보면 지는 판은 이미 중반에 결정돼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.
결정적 순간은 큰 천체가 작은 천체 위에 얹히는 때입니다. 그 순간 아래에 깔린 것들은 서로 만날 길이 막히고, 통 안에서 영원히 자리만 차지하는 죽은 공간이 됩니다. 이런 죽은 공간이 두세 개 쌓이면 실질 용량이 절반으로 줄고, 그때부터는 무엇을 놓아도 금방 넘칩니다.
그래서 이 게임의 실력은 합치는 속도가 아니라 죽은 공간을 만들지 않는 배치에서 나옵니다.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큰 천체를 아래로 정리해 두는 판단이 후반의 수명을 좌우합니다.
또 하나, 급할수록 아무 데나 떨어뜨리게 되는데 그것이 가장 위험합니다. 통이 차오를수록 오히려 한 번 더 미리보기를 확인하고 놓을 자리를 정하는 편이 살아남습니다.